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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지막 남은 달동네 ‘개미마을’ 재개발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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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09:30


시간 멈춘 ‘개미마을’

거대 빌딩숲과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빡빡하게 자리한 서울. 그 안에서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홍제동 개미마을입니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7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개미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요. 버스가 다니는 도로 양쪽으로 앉은뱅이 집들이 올망졸망 붙어 있고요. 집 뒤편의 텃밭과 쌓아놓은 연탄들은 옛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무채색 담벼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들은 행인들의 발걸음을 한 박자 늦추게 만들죠. 


아름다운 벽화에 가려진 취약한 주거환경

하지만 아름다운 벽화 너머 집들의 노후도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축대 위에 곧 허물어질 듯한 집들이 위태롭게 서 있고 그 아래 또 다른 집이 바짝 붙어 있습니다. 홍수라도 나면 윗집이 붕괴되면서 아랫집을 덮치는 구조입니다. 마을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지붕도 가관입니다.  더러 보수한 지붕도 눈에 띄지만 주로 허름한 잿빛 기와가 많습니다. 슬레이트나 포대를 씌워 겨우 비를 막는 집들도 있죠.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비가 내리면 집 안에 빗물이 새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지붕이 날아갈까 걱정된다”라며 “그나마 구청에서 분기별로 나와서 축대나 계단을 보수해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100% 무허가건물이라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개미마을에서는 아직도 연탄이 주 난방 수단입니다. 집집마다 연통이 있고 간혹 LPG가스통도 눈에 띄죠. 화재의 위험이 크지만 길이 좁고 급경사 지형이라 소방차 진입은 어려워 보입니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불이 옮겨 붙기도 쉽고요. 설상가상으로 화장실이 없는 집들도 많아 주민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마을 꼭대기 쪽에 공동화장실이 2곳 있습니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야 이용할 수 있지만, 멀리 살면 집 근처의 재래식 화장실에 가야 해요. 주민들이 고령자들이라 한겨울이면 화장실 사용이 가장 골치 아프죠.” (개미마을 주민)


빈집도 수두룩해

이같이 불편한 주거환경에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난 개미마을에는 기초생활 수급자나 노인층들만 남았습니다. 2014년 9월 기준 주민등록 등재인구는 169세대 315명. 이중 노인층이 128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합니다(서울시, 홍제동 개미마을 기초조사연구). 

사람이 사는 집 대문 옆에는 지번, 건물번호, 관리번호가 붙어 있는데요. 건물번호는 무허가건물확인원에 등재된 번호이며, 관리번호는 개미마을 지역주택조합에서 관리하는 번호라고 합니다. 공가에는 건물번호와 관리번호만 붙어 있는데, 언뜻 보기에도 공가가 상당히 많습니다. 

“빈집들이 많아 밤엔 좀 무섭지만 서울 하늘 아래 여기만큼 집값 싼 곳이 없어 이사 갈 생각은 없습니다. 20년 전부터 전세 2000만원에 살고 있는데 이 돈 가지고 어딜 가겠어요? 재개발하면 떠나야 하는데 차라리 안됐으면 좋겠어요.” (개미마을 주민)


사업성 없다는 이유로 개발 불발

한편 개미마을은 마지막 달동네로 남겨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 달동네인 성북동 정릉골과 중계동 백사마을까지 정비사업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개미마을에도 한 때 재개발 바람이 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부터였죠. 하지만 2009년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돼 4층 이하 저층 개발만 가능해지자 사업성이 떨어져 개발이 불발된 것입니다. 


복잡한 권리관계, 과도한 지분쪼개기가 문제

여기에 복잡한 권리관계도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1993년 토지 불하* 당시 주민들은 곧 재개발이 진행되리란 기대감에 지번을 나누지 않고 공동지분의 형태를 유지했는데요. 이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자 외부 투기자본에 의한 지분분할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분건수는 최초 불하 당시 158건에서 2014년 현재 316건으로 2배 증가했죠(서울시, 홍제동 개미마을 기초조사연구). 면적에 비해 소유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은 저하됐습니다.

*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서 행정목적으로 사용이 끝났거나 불필요하게 돼 국민에게 토지나 건물 등의 재산을 팔아 넘기는 일


종상향 민간 개발 VS 공영개발 VS 문화특구? 

개발에 대한 주민들간 의견 차도 개발을 어렵게 만듭니다. 의견은 세 갈래로 나뉘는데요. 외지 소유자를 비롯한 대다수 지주들은 재개발을 원하지만 한쪽에서는 적정한 보상비를 받고 이주하겠다고 주장합니다. 이대로 계속 거주하겠다는 소수 의견도 있고요. 재개발이 어려워지자 서울시는 개미마을을 영화 촬영지로 활용하는 문화특구로 만든다고 발표했는데요. 주민들은 문화특구로 지정되면 개조 및 개량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주민들의 숙원사업 재개발, 빠른 합의 이뤄져야

현재 개미마을 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주택설립위원회는 지주 75%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조합설립인가 기준인 80%를 약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재개발 사업에 진척이 없자 자포자기한 주민도 상당수입니다. 반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재개발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이두섭 개미마을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개미마을 재개발의 최대 걸림돌은 토지가 공유지분이라 개인이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공동개발만이 살길이나, 소유자들의 의견 조율이 쉽진 않아요. 국공유지였다면 오히려 개발이 더 빨랐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곳도 서울의 일부인 이상, 언젠가는 개발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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