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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들어서면 진짜 집값 떨어질까?

기자명 신선자
  • 일반
  • 입력 2018.05.01 08:30
  • 수정 2018.05.21 08:55


‘휴거’를 아시나요?

혹시 ‘휴거’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이라는데요. 휴거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임대 아파트 대표격인 휴먼시아에 ‘거지’라는 단어를 붙여 휴거라고 줄여 부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사실 이게 아이들 잘못일까요? 어른한테 잘못 배워서 그런 거겠죠.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점점 임대 아파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커지고 있는데요.


청년주택이 빈민 아파트? 품격 논란 일으킨 영등포 아파트

최근 영등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청년 임대주택을 ‘빈민 아파트’에 빗대어 안내문을 써 붙이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죠. 이들이 이런 안내문을 붙인 표면적인 이유는 ▶아파트 가격 폭락 ▶연약지반에 지하 6층 굴착 시 아파트 안전 ▶심각한 교통혼잡 ▶일조권•조망권 주변환경 훼손 ▶빈민지역 슬럼화 ▶아동•청소년 문제 불량 우범지역화 ▶보육권 교육 취약지역화 등이지만 결국 집값(임대료)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인데요. 임대 아파트가 집 주변에 생기면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 이를 반대하기 위해 이런 안내문을 붙인 것입니다.


임대주택 들어서면 집값 진짜 떨어지나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정말 집값이 하락할까요?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한 대학생 특화 임대주택인 '서울가좌 행복주택'은 전용 기준으로 16㎡, 29㎡, 36㎡ 등 3가지 주택형이 있습니다. 16㎡에 입주한 대학생의 경우 임대보증금 2,737만원에 월 임대료는 10만9,000원입니다. 영등포 아파트 주민들이 말한 5평짜리 빈민 아파트이지요. 하지만 서울가좌 행복주택이 들어선 마포구 성산동 집값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부동산114 REPS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성산동 집값은 18.7%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집값은 16.9% 올랐으니 서울 전체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겁니다. 


행복주택 들어선 곳 주변시세 봤더니 떨어지긴커녕 되레 상승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더라도 '서울가좌 행복주택' 인근의 월드컵 아이파크의 전용 84㎡는 1년 사이에 약 1억원 가까이 올랐는데요. 지난해 2월에 5억6,5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6억4,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서울 강동구 강일동 강동강일 행복주택지구 인근에 위치한 강일리버파크 6단지 전용 84㎡도 그렇습니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6억원에 팔렸는데요. 지난해 2월(4억 8,800만원)보다 1억 넘게 오른 셈입니다.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 수서역세권 행복주택 인근에 위치한 강남 한양수자인 84㎡ 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 8억5,000만원 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매매가는 1억 5,000만원가량 오른 9억8,500만~10억1,000만원선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빈민 아파트 논란을 빚은 영등포 H아파트 얼마나 올랐나 

반면, 빈민 아파트 논란을 빚은 영등포 H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해 1분기 5억3,000만~5억5,000만원선에 거래됐습니다. 올해 1분기 6억~6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니 '서울가좌 행복주택' 인근의 월드컵 아이파크와 비슷하게 오른 셈입니다. 오히려 수서역세권 행복주택 인근의 강남 한양수자인보다는 적게 올랐고요. 


LH•SH공사 "임대주택=주변 집값 하락, 근거 없다" 

이처럼 임대주택과 집값 하락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도시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서울의 임대주택이 주변 지역의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주택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7.3%, 반경 250m 이내는 평균 8.8% 상승했습니다. 이는 연구원이 2006년 이후 서울에 공급된 재개발임대•국민임대•장기전세(시프트) 주택 주변 아파트의 실거래가(2015년 7월~2016년 6월)를 분석한 결과인데요. 임대주택에 가까운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되레 높았던 것입니다.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집값 하락 가능성 미미

LH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삼전•내곡•천왕•강일 등 행복주택 4개 단지와 250m 이내 거리에 있는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행복주택 사업승인 이후 외부 지역의 아파트에 비해 6.5% 상승했습니다. 500m 이내로 범위를 넓힐 경우 4.3%로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2006년 이후 국민임대, 시프트 등의 임대주택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에 공급되는 등 개발규제 해제에 따른 기대감과 맞물려 주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소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라 향후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주변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판단됩니다.” (주희선 초빙책임연구원)


지금은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지역주민들의 걱정은 기우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값과 임대료 하락을 이유로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은데요. 오히려 스스로 무지함과 뻔뻔함을 인증하는 꼴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끝으로 부동산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시죠.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이유는 집값 하락보다는 임대료 하락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대학교 기숙사 건립을 인근 원룸 임대업자들이 반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오히려 인프라가 좋아져 기존보다 임대료가 오르는 경우도 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이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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