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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에서 쉼터로 서울 고가도로 재생프로젝트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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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6 09:00
  • 수정 2018.06.11 09:11


근대화의 상징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고가도로


‘고가도로’는 공중에 구조물을 설치해 그 위에 조성한 도로입니다. 고가도로는 한때 근대화의 산물로 여겨졌으나, 노후화된 지금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됐죠. 이에 서울시는 조성 및 관리해 온 총 101개 고가차도 중 18곳을 철거한 데 이어 추가로 8곳을 더 철거할 계획입니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자리에는 버스전용차로가 신설되거나 횡단보도가 놓이는 등 보행중심의 교통환경이 조성됩니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인근 부동산시장도 활기를 띠게 되죠. 일례로 약수역과 회현역 상권은 고가 철거 이후 상가 임대료가 20~30% 이상 상승했다고 합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고가도로

때론 고가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기도 합니다. 복개한 청계천 위에 세운 청계고가도로가 그 예죠. 청계고가도로는 노후화로 붕괴 위험이 커지면서 고가를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는데요. 결국 지난 2005년, 청계천으로 30여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지금은 연평균 1천800만명이 찾는 도심 명소가 됐습니다. 다만 청계천 유지보수에 연간 75억원이 들고, 장마 시 범람 위험이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죠.


찻길에서 사람길로… ‘서울로 7017’

그런가 하면 고가도로를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죠. 대표적인 사례는 공중공원으로 리모델링된 서울역 고가도로(서울로 7017)입니다.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는 일 평균 4만6000대 통행을 견디지 못할 만큼 노후화가 심각했는데요. 서울시는 이곳을 철거하는 대신 미국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해 공원형 보행로로 만들었습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7년 준공 이후 10개월만에 837만명이 몰리며 시민들의 여가공간으로 거듭났죠.


‘서울로 7017’는 진출입구가 여러 개여서 중간 지점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남대문시장 구간을 걷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요. 고가의 폭은 10m 남짓으로 그다지 넓진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방방놀이터, 식수대, 작은 매점들이 간간히 자리하고요. 다양한 식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지만 길 가운데 화단이 자리해 보행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가 밑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다락(樂) 옥수’

서울역 고가도로가 상부를 공원으로 꾸민 것과는 달리 옥수역 고가도로는 하부 공간을 쉼터로 조성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몇몇 운동기구만 덩그러니 자리하던 공간이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난 것이죠.


서울시는 ‘고가 하부공간 활용사업 종합계획’ 1호 시범사업에 따라 조성한 ‘다락(樂) 옥수’를 지난 4월 시민들에게 개방했습니다. 옥수역 고가도로 하부에 슬로프를 설치하고 그 위를 조경공간으로 꾸몄는데요. 태양빛을 반사시켜 내부로 모으는 집광시스템이 설치돼 고가 하부에서도 식물을 기를 수 있습니다. 또 슬로프 아래에는 다목적 문화공간을 만들어 키즈공간, 북카페 등으로 활용하고 있고요. 야외 문화공연이 가능하도록 무대와 관람석도 마련됐습니다.


이번엔 이문고가도로 차례…로우라인 ‘쉼터’ 조성

이문역 고가도로 하부도 옥수역과 마찬가지로 쉼터로 조성될 계획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이문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해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다고 밝혔는데요. 옥수역 고가 하부가 내부 시설 위주 공간 조성이었다면, 이문고가는 시설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시설 위주의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야외무대 설치공사 중인데요. 내년 하반기에는 공사가 마무리돼 쉼터가 시민들에 개방될 예정이죠.


해외에서 한 발 먼저 시작한 고가도로 개발

해외에는 우리에 앞서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고가공원들이 많습니다. ‘서울로7017’, ‘다락옥수’도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 로우라인 파크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이라인파크는 뉴욕시 맨해튼 로어 웨스트 사이드 2.3㎞의 도심철도 고가도로에 시민들이 꽃과 나무를 심어 2009년 공원으로 재탄생된 곳입니다. 공원이 생기면서 주변 부동산 개발 및 상권이 활발해지고 각종 문화시설의 유입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산책로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1993)야말로 고가공원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 고가철길을 리모델링해 상부는 공중정원으로, 하부는 예술가, 수공예가들의 작업장으로 꾸몄죠. 시민들은 옛 바스티유역에서 뱅센 숲까지 이어지는 4.5km에 달하는 산책로를 걸으며 도심 속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할 수 있고요. 하루 평균 2500여명, 주말에는 약6500명이 이곳을 방문해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뛰어납니다.


일본 요코하마의 고가네쵸역과 히노데역 사이 고가철도 하부 약 400m구간은 아트거리로 재생됐습니다. 이곳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매춘업소가 밀집해 있었는데요. 2005년 매춘업소 철거사업과 더불어 예술지원사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매해 사진전, 영화제, 연극공연 등 다양한 예술행사가 개최되고 있죠.


지역 명소된 고가도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이처럼 오래된 고가도로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의 흔적을 보존하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고요. 전문가들도 흉물이 된 고가도로를 무조건 철거하기보단 도시 재생 측면에서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옛 것을 재창조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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