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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가 있는 주택을 찾는 이유는 OOO

기자명 신선자
  • 일반
  • 입력 2018.06.25 09:40
  • 수정 2018.07.06 10:46


소확행에서 라곰까지…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서

지난해 욜로(YOLO) 열풍에 이어 올해는 소확행(小確幸)이 대세입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1986)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인 ‘소확행’은 지금 여기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을 말하는데요. 이미 선진사회에서는 소확행과 맥락을 같이하는 개념이 등장한 바 있습니다. 집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오캄(Au calme)’,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 있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 스웨덴어 ‘라곰(lagom)’, 장작불 앞에서 따끈한 코코아를 마시는 기분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편안하게 어울리며 여유로운 자연 속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미국 포틀랜드에서 나온 ‘킨포크(Kinfolk)’에 이르기까지. 국경에 상관없이 현대인들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실현 가능한 행복을 일상에서 구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여유가 있는 ‘휴식 같은 삶’ 원해

언젠가부터 SNS 채널에는 ‘#소확행’ 해시태그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고 ‘#휘게’와 ‘#라곰’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도 넘쳐납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대중매체에도 소확행이 빠르게 침투했습니다. 힐링 코드의 TV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윤식당’ 등이 인기를 끈 데 이어 소박한 삶의 행복을 보여주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에 ‘숲속의 작은 집’, ‘이불 밖은 위험해’ 등의 프로그램이 방송을 탔죠. 최근 유행하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공통점은 뭘까요? 용어도 다르고 스타일도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는 대신 찰나의 작은 순간에 집중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채워 넣는 삶에서 덜어내는 삶으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문명에서 자연∙생태∙환경으로 돌아가려는 삶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죠. 즉 각박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바삐 달리며 물질적인 풍요를 쫓았던 과거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이는 일상의 여유가 있는 휴식 같은 삶을 원하고, 추구하는 것입니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작금의 상황에서는 작더라도 보다 구체화된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 행복지수를 높이는 게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보는 거죠.


소득 3만달러 시대…행복지수는 바닥

사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물질적 성취를 중요하게 여겨오며 너무 바쁘게만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 GDP 규모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죠.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 GDP 순위로 세계 11위, 수출 순위로는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며 올해 국민 1인당 GDP도 3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는 미뤄 놓다 보니 모두가 고립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7년 조사 대상 38개국 중 하위권인 29위에 머물렀다는 게 그 방증입니다. 우리는 풍요롭고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 삶을 즐기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터 같은 삶에서 오는 피로감도 적지 않고요. 그렇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안정될 수 있는 일상의 여유, 편안함, 평화로움이 깃든 삶, 일명 ‘느리기 살기’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나만의 안식처가 필요해…케렌시아 열풍

이처럼 개개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케렌시아(Querencia)’ 열풍도 불고 있습니다. 케렌시아는 ‘애정, 애착, 귀소본능, 피난처, 안식처’ 등을 뜻하는 스페인어인데요. 투우 경기에서 소가 투우사와 싸움 중에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에서 유래된 것으로 나만의 안식처, 아지트를 의미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공간인 셈인데요. 요즘 그런 휴식을 선사할 케렌시아 스타일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고, 유통업계도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해 나홀로 휴식을 돕는 잇템을 내놓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친환경적인 초록색 계열을 가까이 두고자 하는 ‘그리너리(Greenery)’ 트렌드에 대한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요.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크고 작은 화분들을 들여놓으며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공간 전체에 자연을 끌어들여 보다 쾌적하고 안정감과 편안함을 조성하는 거죠. 이는 ‘반려식물’, ‘플랜테리어(Plant와 lnterior의 합성어)’라는 용어까지 등장시키며 홈가드닝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고요.


테라스하우스•중정(中庭)주택이 뜨는 이유

테라스하우스나 중정(中庭)을 품은 집이 각광받는 것도 최근 회자되는 이런 라이프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연을 끌어들이는 독립된 외부공간인 중정이나 테라스는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외부 간섭 없이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공간활용 폭도 넓으니까요. 일상에서 여유로운 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이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최적의 힐링 공간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갖길 원하는 겁니다.


테라스•중정(中庭)의 역할이 뭐길래

왜 그 공간들이 최적의 힐링 공간으로 대두되는 걸까요? 각 공간의 역할 및 특징을 살펴보면요. 우선 중정(中庭)은 마당 한가운데, 건물 안이나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마당을 일컫는 것인데요. 오늘날에는 건물을 설계할 때 자연광이 각각의 건물에 고루 닿을 수 있을 수 있도록 내부 중앙을 비워 놓는 구조를 통틀어 중정이라 칭합니다. 내외부가 연결돼 있어 평면적으로 보자면 폐쇄적이지만 입체적으로 보면 개방된 형태의 중정은 햇살과 맑은 공기 등 자연 그대로를 실내로 끌어들여 주거생활을 생기 있게 만들어 줍니다. 집안 여러 장소에서 직접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줌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요. 삶과 자연을 적극적으로 동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반면 테라스는 완전히 외부로 열려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탁 트인 조망과 일조권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테라스하우스는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바로 아랫집의 옥상을 윗집에서 테라스로 사용하는 건데요. 열린 공간인 만큼 보다 여유롭고 쾌적한 주거생활을 가능케 하죠. 최근에는 비탈진 경사면을 사용하지 않고 단점을 보완해 채광, 통풍의 기능을 가진 오픈 발코니 형태의 테라스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중정형 테라스도 도입되는 추세고요.


보석 같은 공간 ‘중정(中庭)∙테라스’ 활용법은?

자연을 끌어들이는 이들 공간은 취향에 맞게 화단이나 텃밭, 정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자녀 놀이공간이나 캠핑이나 바비큐 파티 같은 색다른 경험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카페처럼 꾸며 지인과 함께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즐겁게 식사하는 야외 식탁을 두어 홈파티를 열 수 있죠. 조용히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휴식, 사색의 공간으로 삼을 수도 있고요. 햇빛을 받으며 요가를 하는 등 소소한 운동 공간으로 활용도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일상의 여유,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실현하기에 제격인 공간이죠.


힐링 라이프 반영한 특화 설계 분양시장서도 인기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도 최근 화두로 떠오른 소확행, 케렌시아 트렌드를 반영하여 중정, 테라스 등의 특화 공간을 설계에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파트에서도요. 또한 이런 친환경 공간을 품은 단지는 분양시장에서도 인기죠. 일례로 작년 7월 부산 최초로 일반아파트 전 층에 오픈 테라스를 적용해 분양한 ‘e편한세상 오션테라스’는 평균 2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습니다. 이에 앞서 작년 3월과 5월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선보인 전 세대 개인정원과 테라스를 갖춘 블록형 단독주택 ‘자이더빌리지’와 ‘라피아노’의 경우도 각각 평균 33대 1, 65대 1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고 조기 완판됐고요. 자이더빌리지 분양권엔 현재 1억 넘는 웃돈도 붙어 있답니다. 성남 도촌지구에서 6월 말 분양을 앞둔 분당권 최초 블록형 단독주택 ‘동분당 KCC스위첸 파티오’도 총 203세대 모두에 개별정원은 물론 테라스를 설계하고 분당권 최초로 햇빛과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중정(中庭∙일부세대 제외)을 설치해 그 인기를 이어갈 계획이고요.


수요급증에 테라스 갖춘 집 가격도 ‘껑충’

찾는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집값도 뛰었습니다. 입주 3년차(2016년 4월 입주)에 접어든 강남권 최초의 테라스하우스인 강남구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위치한 ‘강남 효성해링턴 코트’가 그 예인데요.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입주년도인 2016년 7월만해도 10억2,881만원에 거래되던 이 단지 전용 108㎡형이 올 1월에는 16억5,000만원에 팔려나갔습니다. 1년반만에 6억넘게 가격이 뛴 거죠. 현재 매매 평균시세도 4달 전(14억3,000만원)보다 1억을 웃도는 15억5,000만원에 형성되어 있고 매물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작년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도 그렇습니다. 7달 전인 작년 말경만해도 평균 매매 실거래가 7억1,000만원 수준이었던 이 단지의 최근 매물 평균은 8억2,500만원 선입니다. 실제로 전용 107㎡형이 지난 3월 8억6,700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고요.


안식과 힐링 공간 행복 추구의 시발점?!

물론 중정(中庭)이나 테라스가 있어야만 트렌드로 떠오른 소확행을 실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주거 쾌적성을 극대화하는 중정주택이나 테라스하우스의 단점도 분명히 있고요. 낭만과 여유를 누릴 수 있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높고 관리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대지 규모나 주변 환경에 따라 공간 설치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집이 삶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최고의 안식처나 아지트로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집(home)과 유희(ludens)를 합성한 ‘홈루덴스’란 단어도 생겨났을 정도니까요. 지금 시대의 집은 소확행을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무한 변신 중입니다. 또한 자연을 벗삼아 일상의 여유를 누리기에 좋은 중정과 테라스가 안식과 힐링이 화두가 되는 작금의 시대에 우리를 매혹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의 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공간이기에 앞으로 더욱 그 수요도 늘어나겠죠. 이것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중정주택이나 테라스하우스에 열광하고 로망하는 이유이자 확산될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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