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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다던 학교, 안 들어오면 분양계약취소 가능할까?

  • 리얼꿀팁
  • 입력 2018.06.26 08:25
  • 수정 2018.07.09 10:06


집 앞에 초등학교 생긴다고 했는데

지난해 양산시 물금읍 D아파트 주민들은 입주를 코앞에 두고 학교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입주 전 개교한다던 단지 내 초등학교의 설립이 교육부 심사에서 4차례나 미끄러지면서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양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시의회에 4천200여명 입주민들의 서명지를 전달하는 등 강력 반발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신설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며 건설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5차례의 심사 끝에 결국 단지 내 초교(가촌2초) 신설이 통과돼 주민들은 한숨 돌렸지만 개교 전까지 불편한 통학을 감수해야만 하죠. 


택지개발계획 실행이 미뤄지면서 소비자들 피해 입어

지난 2008년 분양한 경기 양주시의 H아파트도 바로 옆에 초중고교가 신설되는 ‘학세권’ 단지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입주 때까지 학교 설립이 지연되면서 해당 부지는 나대지 상태로 남게 됐죠. 이에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학교 신설과 관련해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소송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 건립은 직접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고 말합니다.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학교 용지가 지정돼 학교가 신설될 것이라 광고했는데, 관할 교육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 설립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반시설은 공공의 몫, 법원도 건설사 손 들어줘

전문가들은 신도시 기반시설, 특히 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학생수와 아파트 입주율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입주와 동시에 개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즉 분양광고에 나온 ‘학교(예정)’이라는 문구도 소비자가 곱씹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법원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에 의해 조성될 교통∙교육∙행정∙문화∙편의시설 등에 대한 분양광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현가능성을 과장해 광고했다고 해서 수분양자를 기망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분양계약 체결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입지계획이 변경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을 고지하지 않아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비난 받을 정도라야 수분양자가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구제를 받을 수 있죠. 

억울한 소비자, 건설사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분양자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허위과장 광고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허위광고 판단 기준이 애매해 손해배상을 받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패소 사례 (경기 양주시 H아파트)

앞서 본 경기 양주시 H아파트 입주자들은 학교 신설과 관련해 건설사가 허위 과장광고를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고 말았는데요(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4다72487 판결). 법원은 분양광고에서 초∙중학교의 설립 시기가 특정되지 않았고, H아파트 옆 학교 신설이 계획돼 있다는 정도의 인상을 줄 뿐이어서 허위과장 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학교 설립이 무산되더라도 건설사의 책임이 없는 셈입니다.

일부 승소 사례 (영종하늘도시 수분양자, 부산 오륙도 S아파트)

반면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부산 S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입주 전 아파트 앞에 해양공원이 조성될 것처럼 부풀리고 경전철이 확정된 사업인양 대대적으로 광고한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요. 법원은 건설사가 아파트와 연계된 사업으로 설명한 해양공원이 조성되지 않아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주민들은 10년만에 분양가의 5%에 해당하는 금전적 보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전매로 수분양자의 지위가 양도된 경우,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당연히 양도되는 것이 아니며 분양계약 해제로 인해 손해도 소멸한다고 판단해 제고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지난 2013년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수분양자 2천여 명도 시공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09년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제3연륙교, 제2공항철도 등이 개통되고 대규모 문화레저시설이 들어설 것이라 광고했지만 대부분 사업이 무산 또는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수분양자들은 광고를 믿고 계약했는데 실제로 사업이 이행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분양 계약해제를 주장했는데요. 결국 대법원이 허위 광고 사실을 일부 인정해 분양대금의 5%를 돌려받게 됐지만 분양계약 해제는 기각됐습니다. 

결국 계약은 소비자의 판단, 해당 입지에 대한 사전 조사 필수

판례는 분양 광고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될 수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건설사의 책임을 덜어줍니다. 실제로 광고를 신뢰한 수분양자가 허위분양 광고로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건설사와의 소송은 패소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보다 현명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아파트를 분양 받기 전 현장의 중개업소를 방문해 분위기를 파악하고, 기반시설 설립에 관련된 내용에 의문이 든다면 해당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노력도 필요하죠.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만큼 철저한 확인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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