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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리버파크 3.3㎡당 1억원의 비밀

기자명 한민숙
  • 일반
  • 입력 2019.03.14 09:35
  • 수정 2019.03.27 11:21

아크로리버파크, 평당 1억원의 비밀

[리얼캐스트=한민숙 기자] 지난해 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 주택형이 24억5000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이일대 중개업소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서울 전역이 술렁거렸습니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일반 아파트로는 최고가를 갱신해서입니다.

이에 국토부가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중개업소를 찾지 못하며 결국 ‘소문’으로 마무리됐는데요. 그 ‘소문’의 중심에 ‘자전거래’가 있었습니다. 

 

자전거래란? 

자전거래(cross trading)는 주식시장 용어로 같은 주식을 동일 가격으로 동일 수량의 매도·매수 주문을 내 매매를 체결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거래량과 가격 조장을 위해 자기 식구끼리 주식을 사고 파는 방법으로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죠. 

부동산 자전거래란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해 실거래가로 등록한 뒤 계약을 파기하는 방법입니다. 당사자끼리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조장한다는 점에서 문제 시 되고 있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1억원에 실거래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시세’를 만들어 최고가 아파트임을 다시금 각인시킨 것처럼 말이죠.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의 헛점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자전거래는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한 것인데요. 

현행 실거래가 시스템에서는 작전세력이 실거래가를 허위로 부풀려 신고한 뒤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해지 신고를 따로 하지 않으면 신고가격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당사자끼리 허위 계약을 할 경우 취득세나 위약금도 발생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조작이 가능한 것이죠. 계약 후 60일 이내에 실거래 신고가 안 이뤄지면 벌금을 내야 하는 주택매매신고와 달리 계약해지 신고는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도 않죠. 이에 허위 거래 신고 후 해지 신고를 하지 않는 수법으로 시세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계약을 한 당사자끼리 추후에 계약을 취소해 실거래에서 삭제해도 삭제 내역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로서는 어떤 계약이 사라졌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60일이다 보니 실거래가 시스템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데요. 계약파기 등을 이유로 실거래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호가만 올려놓은 뒤 사라지는 계약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사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차별하게 확산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입니다. 

“지난달 10억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이달 들어 15억원에 거래되면 수요층의 마음은 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매물이 적고 집값이 오르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중개업자들이 제시하는 호가가 시세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개업소나 이해관계자가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반포동 A공인) 

업·다운계약 등 불법행위, 1년새 32% 증가 


자전거래뿐만 아니라 신고 지연, 허위신고 등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업·다운계약은 부동산 시장에 만연한지 오래입니다.

13일,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신고관청을 통해 업·다운계약 등 실거래 신고 위반 사건 9천596건, 1만7천289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7년 7263건, 1만2757명에 비해 32% 가량 증가한 규모입니다. 

위반사례를 유형별로는 신고 지연 및 미신고가 8,103건(1만4,435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신고(다운계약)한 것이 606건(1천240명), 실제 거래가격에 비해 높게 신고(업계약)한 것이 219건(357명)이었습니다. 이 외에 계약일 등 가격 외 허위신고는 383건(769명), 증빙자료 미제출(거짓제출) 63건(104명), 공인중개사에 미신고 및 허위신고를 요구한 행위는 62건(107명), 거짓신고 조장·방조는 160건(277명) 등입니다.

칼날 빼든 정부.. 부동산 다운계약·자전거래 행정처분 틈새 막는다

이에 정부도 칼날을 빼들었습니다. 그간 국세청이나 경찰이 조사·수사 과정에서 적발한 업·다운계약 등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정보를 국토부도 공유하도록 해 행정처분 틈새를 막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와 함께 분양이나 매매-계약-신고-등기 등 부동산 거래의 단계별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보는 정보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죠. 

국토부 관계자는 “기관 간 관심분야가 달라 응당 이뤄져야 하는 부동산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한 법적 행정처분이 유야무야 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국세청과 경찰 등이 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부동산 거래 관련 불법·부정행위 정보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기관간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4월께 연구용역 기관과 계약을 맺고 올해 가을까지는 시스템 개발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시스템 틈새 막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시스템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십 년간 법망을 피해 거래되고 있는 업·다운계약이 여전히 만연하고 실제 올해 초에는 국토부가 ‘부동산 자전거래’가 의심되는 서울 강남4구의 거래 사례 40여 건에 대해 첫 정밀 조사를 나섰으나 적발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죠.

더불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처럼 법망을 뛰어넘는 또 다른 방법이 도출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죠. 

하지만 정부의 시스템에 대한 실효성 의심에 앞서 실수요층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진일보된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행위가 타인에게는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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