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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1층≠로열층, ‘층의 반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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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7 10:15
  • 수정 2019.08.19 11:58


‘상가 1층 = 로열층?’ 공식 깨져 

[리얼캐스트=김다름기자] 상가에서 가장 중요한 층은 1층입니다. 가시성과 접근성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상가 1층과 2층의 임대료가 많게는 3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계층이 된 지금,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내세운 가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입지보다는 임차인의 능력, 마케팅, 업종 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함에 따라 상가의 로열층이 1층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태여 1층에 자리 잡아 비싼 임대료를 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2층으로 눈을 돌리는 임차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요. 최근 1층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은행, 부동산 등이 2층에 자리 잡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 도심 지역 상가의 2층, 1층 못지 않아  

층별효용비율이란 건축물이 2층 이상인 경우에 그 건물의 각 층에 따른 수익성 또는 쾌적성 등의 차이를 수치화한 것을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1층을 100%라는 기준으로 두고 숫자가 클수록 효용성이 좋음을 의미합니다. 특히나 상가의 경우에는 층별 수익성과 효용비율이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 감정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9년 현재 서울 도심 상가의 층별 임대료 및 효용 비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사 결과 2층의 효용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대입구역으로 89.6%로 집계됐습니다. 뒤를 이어 영등포 87.2%, 이태원 67.2% 순으로 효용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형상가도 테헤란로 68.3%, 서초 64.9%로 조사됐는데요. 이는 서울 주요 도심 상권 2층의 평균 효용비율인 52.8%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평균효용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대 입구역의 1층과 2층의 임대료를 살펴보면 1 ㎡당 9100원, 33㎡당(10평) 당 약 30만원의 차이를 보이는데요. 임차인 입장에서는 서울대 입구역처럼 2층의 효용비율이 높다면 구태여 비싼 임대료를 물어가며 1층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1층보다 적은 매출로도 실질 영업 수익은 더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층별 분양가 차이 커졌지만 실거래가엔 크게 영향 없어 

상가만이 아닙니다. 아파트도 그렇습니다. 아파트 분양할 때 층별로 분양가의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로 선호도가 낮은 1층이 가장 저렴하고 2층, 3층 순으로 점차 가격이 높아집니다. 이는 입주완료 이후에도 저층과 고층의 매매가 차이로 이어집니다.

그간 저층은 사생활 침해나 조망권이 좋지 않은 등의 단점 탓에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최근 아파트에서도 저층이, 특히 2층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에 입주한 동작구의 H 아파트. 분양 당시 2층과 3층의 가격 차는 2298만원 이었는데요. 2019년 현재 실거래가를 확인해보니 2층이 분양가 대비 4억 453만원이 오를 때, 3층은 3억 9921만원이 상승해 2층과 3층의 실거래가는 1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2014년에 분양한 신길동의 R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현재 실거래가를 살펴보니 분양 당시 가격 대비 2층이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로열층의 기준이 깨지고 있는 것이죠.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도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는 점, 층간 소음 등 고층보다는 저층의 선호도가 더 높아졌고, 아파트 역시 대출 제한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하고 부동산 규제가 점차 심해짐에 따라 무리하게 빚을 내기보다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금액대의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최근 현대인의 삶의 패턴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소비패턴을 따라가거나 과시적인 소비 대신 경험을 중시하고 자기 만족을 지향하는 가치소비의 시대입니다. 가시성 좋은 1층보다 분위기를 보고 상가를 찾고 집도 자신만의 생활패턴에 따라서 고르게 되는 것이죠. 부동산의 투자에 로열층 공식이 깨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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