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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가 아파트 속으로… 조경 잘 된 아파트가 명품 아파트

  • 일반
  • 입력 2020.05.29 09:25


명품 조경=명품 아파트, 새로운 부동산 공식


[리얼캐스트=민보름 기자] 고가 아파트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용면적 84㎡가 3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거래된 아파트가 화제입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3월 디에이치 아너힐즈 아파트 보류지 2가구(전용면적 84㎡)가 각각 29억 2,000만원, 27억 6,000만원에 매각됐습니다. 

이 단지는 강남권 단지 고급화의 정점을 찍은 아파트로, 대모산 숲세권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조경으로 특히 유명한데요. 덕분에 개포동 내에서 최고 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경은 녹지공간에서 운동과 휴식을 원하는 주민들의 욕구를 채워주면서, 방문객 등 외부인에겐 단지를 뽐낼 수 있는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유층이 많은 강남권은 물론, 젊은 중산층이 선호하는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에서도 유명 단지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단지에선 수억원에 달하는 예술 작품을 설치하거나,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업체에 조경을 의뢰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노력이 입주민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아파트 시세에도 상당부분 반영됩니다. 

‘환경ㆍ건강 관심↑’ 조경 좋은 아파트, 주변보다 시세 비싸


실제로 조경은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얼캐스트 분석 결과, 조경문화대상 수상 단지와 해당 단지가 자리한 행정구역 평균 시세를 비교해 보니, 수상 단지의 3.3㎡ 당 시세가 26% 높았습니다. 수상 단지는 3.3㎡당 평균 시세가 2,518만원이었지만 주변 다른 아파트 시세는 1,988만원으로 500만원 넘게 차이 났습니다.

조경문화대상은 국내 최고 조경 관련 기관인 한국조경학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이 각각 공공, 민간 부분에서 최고로 손꼽힐 정도로 공신력이 높습니다. 수상 단지 중 주변 시세에 비해 가장 비싼 단지는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에 위치한 래미안 장전이었는데요. 장전동 평균보다 69% 비싼 래미안 장전은 장전동 뿐 아니라 부산 금정구 전체에서 3.3㎡당 시세가 가장 높은 아파트로, 자치구 내에서 유일하게 3.3㎡당 2,000만원을 넘긴 단지입니다. 


이처럼 조경 특화 단지에 수요가 모이는 이유는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오염 우려가 커지는 등 주거단지 내외 녹지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를 보면, 매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가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에서도 여름 최고 기온이 영상 40도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에선 녹지 조성 및 조경 서비스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학교수는 2019년 한국조경협회 세미나에서 “조경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라며 “조경의 역할로 미세먼지를 30% 저감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도시 지가가 높은 현실에서, 지자체 노력만으로 모든 시민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기는 어려운데요. 숲과 공원이 조성된 주거지를 선호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죠.

에버랜드 품은 아파트, 30~40대 ‘취향 저격’해 지역 대장주 예약


이렇게 조경이 주거지 선택의 필수적인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 조경’또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명 조경 업체 이름 자체가 아파트 품질을 인증하는 브랜드가 되고 있는데요.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조경 업체는 시공능력평가 조경 1위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입니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은 1963년부터 조경사업을 시작했으며, 자연농원 등 부지에 식물을 가꾸고, 에버랜드라는 테마파크를 조성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파트 조경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30~40대 젊은 고소득 직장인 부부들이 선호하는 마포 지역을 중심으로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역량이 두드러진 단지로는 마포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들 수 있습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산책로와 석가산 등 기존의 조경 요소뿐 아니라 벚꽃길, 바닥분수, 족욕탕 등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도입했는데요. 공급 초기 미분양이었던 이 단지는, 한발 앞 선 조경 덕분에 주변 동네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입주 후 시세 급등을 맛보았습니다. 그 결과, 일명 ‘마래푸’로 불리며 이 지역 대장주로서 마포구 재개발의 전성시대를 이끌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는 올해 3월, 13억3,000만원에 실거래가 됐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최근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위협할 마포구 대장 단지로 등장한 신촌 그랑자이 역시 같은 업체를 통해 조경 부분을 차별화했는데요. 올해 2월 집들이가 시작된 최신 단지인 만큼, 이 단지 조경에는 조금 더 진화한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테마파크 같은 놀이 요소들이 눈에 띄는데요. 어린이가 있는 젊은 가족 단위 수요층을 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주변 뉴타운 최고가인 17~18억원에 형성되어, 마포구 대장주 바통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은 2018년 자사의 조경 노하우를 집약한 에버스케이프(Everscape)라는 프리미엄 조경 브랜드를 내놨는데요. 에버스케이프 런칭과 함께 식물 개발과 조경 연구개발(R&D)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욱 체계적으로 조경 컨설팅, 디자인, 시공, 관리 등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 조경 서비스가 적용되는 신축 아파트들은 기존 조경과는 한 단계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규모 단지에 고급 조경까지, ‘플러스 알파’ 전략


올해 2분기에는 한층 진화한 조경 기술이 적용된 매머드급 단지들이 공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경 특화 단지를 조성하려면, 녹지와 산책로를 비롯한 활동 시설들이 조성될 만한 공간이 필수입니다. 즉 사업 부지 자체가 커야 할 뿐 아니라, 단지 설계 단계에서 쾌적함을 위해 아파트 내 녹지비율을 높이고 대지면적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 즉 건폐율을 낮추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곳은 9호선 직결화 호재를 품은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입니다. 인천시 서구 백석동에 6월 공급 예정인 이 단지는 4,805가구, 사업지 2만1,200㎡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사업지의 가로 직선 거리만 1㎞에 달합니다. DK도시개발·DK아시아는 거대 규모 사업지의 특성을 살려 국내 최초 ‘리조트형 아파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건폐율이 13%에 불과한데다, 조경 면적이 전체 사업지의 39%에 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덕분에 110m에 달하는 동 간격 사이로 그야말로 작은 에버랜드가 들어올 수 있을 전망인데요. 중앙 산책로를 중심으로 55m 유수풀과 스파 등이 갖춰진 워터파크가 생기며,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물놀이 시설과 놀이기구 등이 설치될 계획입니다. 골막산 숲과 이어진 단지 전체에는 공원처럼 꽃과 나무가 심어지게 됩니다.

40%에 달하는 녹지 비율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비슷한 수준이나, 사업지 면적이 1.5배 가량 더 큽니다. 게다가 아파트 바깥부분에 외부로부터 단지 안을 보호하는 완충 녹지와 공원이 마련이 계획이라 실제 녹지율은 더 높을 전망입니다. 단지 뒤를 둘러싼 골막산과 단지 앞 시천공원, 경인 아라뱃길은 주민들에게 또 다른 쉼터를 제공할 것입니다.

 

강남권에서도 3,685세대가 넘는 대단지 공급이 대기 중입니다. 서초구 신반포지구의 신반포 메이플 자이입니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녹지와 놀이ㆍ체육 시설을 두루 갖춘 종합 리조트형 아파트를 지향한다면, 총 7단지 아파트의 통합 재건축 사업지(신반포4지구)인 신반포 메이플 자이는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가로수길 조경 설계를 통해 대단지로서의 통일성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공급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GS건설이 에버랜드 조경팀과 협업해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서울시 내 주요 정비사업에서 선호가 더욱 높아지면서 업계에선 ‘에버랜드 조경=고급 아파트’라는 공식이 더욱 견고해질 전망입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아파트 단지에서도 녹지와 휴식공간을 찾게 되는 추세로, 조경이 아파트 시세 및 단지 고급화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면서 “건물 특화 설계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규제를 빗겨간 조경 설계 부분을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늘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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