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대형 2배 뛸 때 중소형 5배 뛰었다…‘판’ 바뀐 주택시장, 중소형이 ‘장악’

기자명 한민숙
  • 일반
  • 입력 2020.06.11 07:40
  • 수정 2020.06.23 09:20


완전히 돌아섰다… 공급시장 장악한 중소형


[리얼캐스트=한민숙기자] 주택 공급시장이 중소형으로 완전히 돌아선 양상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공급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실제 리얼캐스트가 올해 4월 기준, 전국에서 공급된 아파트 규모를 분석해 보니 올해 공급된 9만 4,174가구 중 전용 85㎡ 이하가 8만 7,215가구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6,959가구로 전체 7.3%에 불과했죠. 10가구 중 9가구가 중소형인 셈입니다. 10년 전인에는 10가구 중 6가구가 중소형 분양이었습니다.


 1순위 청약통장 10개 중 8개 ‘중소형’에


 중요한 점은 중소형 중심의 공급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청약자가 중소형으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1년, 1순위 청약접수 건수를 조사한 결과 총 71만 8,905건이 전국 청약시장의 문을 두드린 가운데 73%(52만 2,968개)가 전용 85㎡ 이하에 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매시장도 마찬가지. 2010년 80%에 달하던 중소형 아파트 거래비율은 2015년에는 86%로 올라선 뒤 지난해인 2019년에는 89%까지 증가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10가구 중 9가구 가량이 중소형이라는 말이죠.


중대형 2배 뛸 때 중소형 5배 뛰었다


이처럼 중소형에 수요층이 몰리는 주된 요인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뛰어난 투자 가치를 손꼽습니다.


부동산114 자료를 바탕으로 리얼캐스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10년 전국의 중대형 아파트가 25% 가량 상승할 때 중소형은 2배 가량인 50%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수도권은 중소형이 중대형에 비해 2.5배 이상 뛰었죠. 같은 가격으로 중소형에 투자할 경우 2배 이상 수익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제 2010년 1월 9억1,000만원이던 강남구 서초동 래미안퍼스티지(2009년 7월 입주 2,444가구) 전용 59㎡의 평균 집값은 올해 3월, 21억5,000만원으로 10년 새 2배 이상(12억4,000만원 상승)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전용 135㎡는 22억5,000만원에서 35억5,000만원으로 13억원이 뛰었죠. 2010년, 전용 135㎡를 매입할 금액으로 전용 59㎡ 2채를 구입했다면 수익은 2배가 됐다는 말입니다.


늘어나는 1~3인 가구, 2040년 ‘10가구 중 9가구 3인 이하’


늘어나는 1~3인 가구 비중도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56%에 달하던 1~3인 가구수는 2020년 79%까지 늘었고 20년 뒤인 2040년에는 90%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핵가족화를 넘어 초(超)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라며 “중소형의 주된 수요층인 1~3인 가구가 급격히 늘고 있어 중소형 평형의 쏠림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치솟는 주거비용... 부동산 시장 주류로 부상한 3040대의 실속 선택


늘어나는 1~3인 가구 비중도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56%에 달하던 1~3인 가구수는 2020년 79%까지 늘었고 20년 뒤인 2040년에는 90%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P씨는 “실속을 중시하는 3040세대, 이른바 에코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중소형 선호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라며 “대형을 선호하던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에코세대는 유지비용이 덜하고 환금성도 높으며 초기 비용은 물론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중소형을 선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작게 사서 넓게 쓰는 중소형 특화설계도 한몫


이런 흐름에 편승한 건설사들의 ‘작게 사서 넓게 쓰는 특화 설계’도 중소형의 인기 요인입니다. 중대형에서만 접할 수 있는 드레스룸이나 계절용품 등 수납이 가능한 대형 펜트리, 2개의 욕실 등을 중소형에 적용함으로써 수요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9일 DK도시개발·DK아시아가 인천 서구 검암역세권에서 공급하는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1순위 청약에 무려 8만 4,730명이 몰렸습니다. 올해 인천 역대 최고를 기록한 ‘힐스테이트 송도더스카이’의 5만 8,021건을 단숨에 갈아 치우고 인천 최고를 달성한 것이죠.


DK도시개발·DK아시아 관계자는 “인천 서구는 중소형 공급이 타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특히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비중은 2022년 입주물량을 모두 포함해도 24.4%에 불과하다”라며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전용면적 59∙74∙84㎡ 중소형 비중을 전체 공급되는 4,805가구의 90%가 넘는 비율로 구성해 중소형을 원하는 수요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특화 설계를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중소형 아파트 인기에 대한 단상


 사실 중소형 아파트의 높은 인기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K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중소형 아파트의 수요 증가는 핵가족이 더욱 빠르게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주거 비용이 가계비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고요. 현재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택 다운사이징 열풍’에 편승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중소형 아파트 인기 이면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리얼캐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