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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집 안 팔았다…대책 이후 증여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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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31 09:40
  • 수정 2020.09.02 09:13

7.10대책 이후 증여거래 1만건 돌파 

[리얼캐스트= 박지혜 기자] 증여건수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월간 1만건을 넘었습니다. 다주택자의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하는 7.10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의 결과인데요. 고강도 대책을 못 견디고 매물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일단 빗나간 셈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4153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많아야 6000건 수준을 유지하던 아파트 증여건수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역대 최고였던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 17만3221건 가운데 증여가 24%를 차지했습니다.

서울의 증여가 두드러졌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월별 증여건수는 1월 1,632건, 2월 1,347건, 3월 987건, 4월 1,386건, 5월 1,566건, 6월 1,473건 등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2000건을 넘은 적이 없었는데요. 지난달 3362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노원구가 4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 405건 △양천 336건 △강남구 282건 △용산 229건 △마포 152건 △구로구 150건 △성북구 140건 △도봉구 136건 △강동구 130건 △서대문구 129건 △동작구 122건 △동대문구 121건 △성동구 115건 등이 1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여 취득세 대폭 올랐지만…그럼에도 처분 보다 증여!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정부의 규제가 연이어 쏟아졌지만 증여는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 같은 통계 지표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일단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처분이 아닌 증여를 선택했다는 의미입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지역일수록 팔기 아깝다고 느끼는 와중에 높은 양도세가 부담이 되면서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통해 집을 정리한 것입니다. 당장 증여세를 내더라도 물려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집주인들이 많았다는데요.

서초구에 위치한 T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주택을 처분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됐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고 전셋집을 비워둔 채로 지내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정부는 앞서 발표한 7.10부동산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3.2%에서 6%로 대폭 인상했고, 양도세도 72%로 올렸습니다. 종부세와 양도세 적용시기는 내년 5월까지 유예된 상태입니다. 7.10부동산대책의 후속작업으로 증여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최대 12%까지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은 즉각 시행됐습니다. 

부의 대물림 어쩔 수 없나…증여 바람 더 거세진다 

양도세 못지 않게 취득세가 부담이 됐지만 어쨌든 증여세 최고세율은 현행 양도세 중과세율보다 낮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주택자 입장에선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증여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당초 정부의 시나리오는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시기를 내년으로 늦추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오히려 증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증여거래가 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9월 주택시장에서도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주택 공급을 유도할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과 달리 정책이 주는 효과가 미미한 상황입니다. 정부의 규제 정책에 모순이 드러났다는 따가운 눈총 속에서 부의 대물림까지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불가피한데요.

또 다른 전문가 P씨의 이야기입니다. “보유세를 올려 집을 팔도록 유도했지만 동시에 양도세도 오르는 바람에 보유도 어렵고, 처분할 퇴로도 막혔습니다. 이중적인 규제로 인해 시장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 거래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선제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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