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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제 新플랫폼 ‘도심 철도 지하화’… 문제는 천문학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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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1 10:20
  • 수정 2020.09.01 11:02

하필 이런 곳에…계륵 된 도심 지상철


[리얼캐스트=민보름 기자] 역세권. 부동산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열쇠 말이죠. 

서울에선 지가가 비싼 업무지구일수록 ‘멀티 역세권’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위주로 정차하는 강남에 비해, 구도심인 강북은 지상철이 지나는 경우가 많죠. 

부동산 투자자와 실수요자는 역세권 근처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비역세권보다 높은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지상철이 달리는 도심 역세권은 소음과 지역 단절 현상으로 인해 슬럼화 되는 경우 역시 많았는데요. 

대표적인 지역이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교통 및 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역 및 용산역 일대입니다. 해당 역사가 자리한 용산구와 중구에선 지상철로 인한 지역 단절 현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죠. 

구도심 정비가 화두인 요즘, 이러한 역세권 주변이 본격 개발되면서 지상철의 지하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역세권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이 같은 지상철을 지하화하는 방안은 이미 구체화하는 수순에 들어섰습니다. 

복선전철로 계획됐던 경의선 지선(용산선)이 용산구, 마포구 주민들 요청에 따라 지하화되면서, 상부(가좌~용산) 6.3㎞ 부지가 공원화 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 공원이 바로 ‘연트럴파크’로 잘 알려진 경의선숲길입니다. 경의선숲길은 주변 지역의 주거 환경뿐 아니라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선 좋으면 뭐하나”, 배차간격 길어 SNS에 성토 계정까지

일각에선 지역 주민들의 지상철 기피 현상, 또는 지하화 요구를 님비(NIMBY) 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하는데요. 철도 탑승객 입장에서도 지상철로 인해 불편을 겪긴 마찬가지입니다. 

일례로 2014년 경의선과 중앙선 직결화 사업을 통해 탄생한 경의중앙선은 “노선은 훌륭하나 너무 느리다”든가, “지옥에서 온 배차간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경의중앙선은 서울역, 용산역, 공덕역, 디지털미디어시티 등 강북 주요 업무지구와 신촌, 홍대입구, 서강대를 지나 출퇴근 수요와 등하교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산, 파주, 구리 같은 수도권 북부 신도시에서 도심까지 한 번에 이어주는 그야말로 ‘황금노선’이죠. 

 

그러나 시간표 상 배차간격이 평균 10~20분 이상인데다, 연착 또한 잦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엔 경의중앙선에 불만을 호소하는 ‘경의ㆍ중앙선 통학러들의 한숨소리’ 계정이 개설될 정도입니다. 수도권1호선 역시 도심 지역에선 비교적 신속하게 운행되나, 간혹 바쁜 출퇴근 시간에 발생하는 연착 사고로 원성을 사기도 합니다.

이 같은 연착과 배차간격의 가장 큰 원인은 선로 부족입니다. 용산역, 서울역, 청량리역 등 주요 환승 역사만 보더라도 수도권 1호선과 경의중앙선, KTX, 경춘선(ITX),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물론, 화물열차까지 오고 갑니다. 이처럼 다양한 노선이 턱없이 부족한 철로를 공유하므로, 특정 노선의 배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없습니다. 또한 우선 순위에서 밀린 노선이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대기하게 되면서 상습적인 연착 현상까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애초에 정부가 새 노선을 개통하면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선로를 증설하지 않은 책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상업시설, 업무시설이 많고 땅값이 비싼 도심지역일수록, 선로를 늘리는 복복선화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단위 예산 필요…철도 지하화에 쏠린 눈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전부 해결하는 방안으로 여러 지역에서 지하화 계획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하 선로 증설로 소음 및 지역 단절 문제로 해소하고, 더욱 신속한 배차가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주변 지역 개발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신규 노선 증대로 인하여 이러한 요구는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효율적인 환승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 미관과 동선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철도 지하화로 생기는 상부 철도부지에 복합시설을 개발함으로써 생길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역은 GTX-AㆍB노선,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 지하철이 신규로 건설되기 때문에 노선 간 통합 운영과 공간 활용을 위한 작업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 지상철을 전면 지하화하고 지상 부지를 공원, 개발하는 『서울역 개발 마스터플랜』이 2017년부터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2012년부터 수도권1호선(경부선)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표면화된 ‘경부선 지하화’와 맥을 같이한 것입니다. 서울역 마스터플랜은 지난해 연구 용역을 마치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간 협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18일 조달청과 은평구가 밝힌 수색~디지털미디어시티역 통합 지하화 사업입니다. 이 또한 기존 노선과 신규 노선 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상철인 경의중앙선 철로로 인해 분리되었던 상암과 주변지역 간 접근성을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해당 사업은 이미 2014년 서울시의 서북권 육성 청사진으로 소개된 바 있으며, 금융위기로 무산된 코레일의 수색역 철도부지 복합개발(2007년)을 재추진하는 것입니다. 서울시에선 이 지하화 계획을 홍제천 일대에서 단절된 경의선 숲길 보행로 연결 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기본 계획 수립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밖에도 올해 1월부터 지하철4호선 창동역~당고개역 지하화에 대한 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잠실역 구간 지하화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 단위 예산이 드는 계획이 삽을 뜰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례로 서울역 지하화 사업을 보면, 앞으로 개통되는 GTX-AㆍB노선과 신안산선뿐 아니라 기존 수도권1호선 및 경의중앙선까지 지하화하는 데 약 10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시는 철도 지하화를 통해 확보되는 부지에 MICE시설, 쇼핑몰 등을 유치해 공사 비용을 상당부분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국토부는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고려해, 경의중앙선과 경부선 등 기존 노선은 지상철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철도 전문가는 이에 대해 “도시개발 측면에서 지하화 작업을 완료하면 서울이란 도시 자체가 환골탈태하게 된다”면서도 “지하 선로를 마련하고 전기 통신 설비를 설치하는 것뿐 아니라 지하로 넣을 수 없는 화물열차 우회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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