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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새 1억원 뛴 일산 집값… 매수 기회인가? 탈출 기회인가?

기자명 김영환
  • 일반
  • 입력 2020.12.24 10:30
  • 수정 2021.01.13 20:34

일산, 연말 수도권 핫플레이스 되다

[리얼캐스트=김영환 기자] 일산의 상승세가 한파보다 매섭습니다. 창릉신도시 발표 직후인 올해 초와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인데요. 악성 미분양이 바닥나고 구축, 아파텔 할 것 없이 호가가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를 동안에도 잠잠했던 일산이 연말 수도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이유를 알아봅니다.

악성 미분양도 사라지는 일산 

일산에는 럭셔리 주상복합으로 기획되었지만 악성미분양으로 골치를 앓은 단지가 있습니다. 일산서구 탄현동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입니다. 2013년에 입주한 이 단지는 올해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단지, 올 연말에 들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습니다. 전용 95㎡는 최고 실거래가가 6억 500만원(6월)에서 7억 8천만원(12월)으로 올랐고, 전용 120A㎡ 타입도 7억 8천만원(8월)에서 8억 7,200만원(12월)으로 올랐습니다. 전용 59B㎡는 4억 5천만원(7월)에서 5억 5천만원(11월)에 거래됐죠. 모든 타입에서 억대 웃돈이 붙고 있는 겁니다. 호가도 하늘을 찌릅니다. 네이버부동산 기준 전용 59㎡는 6억 매물이 나왔고요 전용 95㎡는 최고 9억원입니다.

집값 상승세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지난 7일 기준 KB매매가격지수는 일산서구가 전주 대비 1.36% 올랐고, 일산동구는 1.29% 올랐습니다. 부산 강서구(2.77%)와 파주(1.39%)에 이어 전국 가격상승률 3~4위를 기록한 겁니다.

일산 가격상승세, 전세대란만으로는 설명 어려워 

최근 일산의 가격상승세는 서울의 전세대란 영향으로 보입니다. 전세가격이 끝도 없이 오르면서, “차라리 서울 전세금으로 일산에 내집마련을 하자”고 나서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거죠. 이 가설대로면 운신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30~40세대의 소형아파트 매수세가 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현재 일산에서는 소형 아파트 가격이 하늘을 찌릅니다.

주엽역 인근의 문촌16단지뉴삼익(1994년)은 전용 67㎡가 5억(9월)이었는데 두 달만에(11월) 3,400만원이 올라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6억원에서 6억 5천만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문촌15단지부영(1993년) 전용 49㎡도 지난 11월에 2억 9,500만원으로 전고점을 갱신했는데, 현재는 같은 타입의 호가가 3억 8천까지 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일산 현지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매물은 거의 없고, 서울에서도 매수 문의가 있고 일산에서도 큰 평수로 옮기려는 문의가 많지만 매물이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드물게 물건이 나와도 호가가 높아 거래는 어렵다”며, “일산 모든 지역에 매물이 없다. 주엽동, 탄현동, 중산동 순으로 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습니다.

중소형아파트 대체재인 아파텔 호가도 10억을 넘었습니다. 대화동 킨텍스 꿈에그린(2019) 84C 타입은 최근 8억 5천만원(11월)에 실거래가 이뤄졌는데 같은 타입 호가가 최소 10억원을 넘었고, 힐스테이트 일산(2019) 84B 타입도 이번 달에 8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가 최소 10억원입니다.

재밌는 부분은 가격대가 높은 대형 아파트가 먼저 상승 흐름을 탔다는 것입니다. 올 연말 일산의 상승세를 서울의 전세대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상승폭도 대형아파트가 중소형보다 더 큽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일산의 전용 85㎡ 초과 대형 아파트는 올해 1분기 이후 분기마다 최소 2%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상승세가 본격화 된 3분기에는 가격상승률이 4.41%에 달했습니다. 대형이 중형보다, 중형은 소형보다 가격상승률이 높았습니다.

일산요진와이시티(2016)가 대표적입니다. 일산 초입 대장주로 취급되는 이 단지는 22억원에 분양한 전용 244㎡가 지난 11월에 30억원에 팔렸죠. 3월만 해도 최고 9억 4천만원에 거래된 전용 103B㎡ 타입이 12억 9천만원(11월)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 타입의 현재 호가는 최고 14억원에 달합니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에는 3.3㎡당 1,390만원에 분양해 분양가가 높다는 얘기도 돌았으나 현재는 그 2배가 넘는 3.3㎡당 2,858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엽동 일대 구축 대형 단지들도 일제히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강선6단지(금호∙한양, 1994) 전용 193㎡도 7억 3천만원(2월)에서 8억 8천만원에 거래됐고 문촌17단지(신안, 1994) 전용 172㎡도 8억 9천만원(10월)에서 10억 9천만원에 거래됐습니다. 호가는 강선6단지 같은 타입이 지금 최고 9억 9천만원까지 나왔고 문촌17단지의 같은 타입은 호가가 최고 12억원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신축, 구축, 중소형, 대형을 가리지 않고 전부 오르고 있는 겁니다.

저평가의 늪 벗어나나… 겹겹이 개발호재까지


현지에서는 그 동안 일산이 저평가 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으로 함께 개발된 1기신도시인 분당 아파트가 가구당 평균 9억 9천만원 수준이고, 평촌이 5억 8천만원 수준인데 비해 일산은 4억 8천만원 수준에 그칩니다.

3.3㎡당 가격도 일산동구가 1,270만원, 일산 서구가 1,156만원인데, 은평구(2,243만원)의 절반, 마포구(3,172만원)의 1/3 수준의 가격입니다. 3.3㎡당 1,200만원 수준이라면 수원시 권선구(1,244만원), 용인시 기흥구(1,296만원) 수준이니 인프라가 완성된 수도권 신도시다운 가격으로 보기는 어렵겠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굉장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11월에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이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서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습니다”고 언급한 덕분에 수도권 최저가 지역이라는 홍보효과가 톡톡히 발휘됐다는 거죠.

실제로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 1단지는 10월 기준으로 전용 84㎡가 4억 초반, 전용 127㎡가 4억 7천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었는데요. 해당 발언이 있었던 11월 이후 전용 84㎡가 최고 5억원, 전용 127㎡는 6억 4,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겹겹이 개발호재도 기대심리에 한 몫 했습니다. 일산은 베드타운이라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만, 개발호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그 우려도 불식되고 있거든요. GTX-A와 2022년 개통하는 대곡~소사선으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 남부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고요. 여기에 대화동 일원 85만㎡ 면적에 진행되는 일산테크노밸리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어서 집값 상승의 발목을 잡으며 꼬리표처럼 늘상 따라붙던 베드타운이라는 타이틀도 옛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급과잉 우려는 아직 떨치지 못해 

여기까지는 좋은 얘기만 했으니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도 얘기를 해야겠죠. 일산이 갖고 있는 리스크는 다름 아닌 공급과잉입니다. 일산과 서울 사이에 다수의 택지개발이 진행되고 있거든요. 

삼송, 원흥, 지축, 향동지구는 거의 입주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덕은지구 5천가구(4815가구)의 입주가 2022년부터 본격화되고, 무엇보다도 2029년까지 창릉신도시 3만 9천가구가 공급됩니다. 대곡역 인근 180만㎡ 면적에 계획된 대곡역세권 개발도 무시할 수 없죠.

일산보다 지리적으로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대규모 공급이 이어지고 있으니, 현재의 가격상승 흐름이 지속될지는 아무래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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