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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외면한 역세권 청년주택 현실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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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1 14:30
  • 수정 2021.02.15 13:56

역세권 청년주택의 현 주소

[리얼캐스트=박승면 기자] 요즘 청년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뭘까요? 바로 주거문제죠. 월급은 쥐꼬리만 한데 일단 살긴 해야 하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가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역세권 청년주택인데요. 근데 이게 참 논란이 많았습니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위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주택을 공급하고자 했지만,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았던 거죠. 

오늘 리얼캐스트 TV가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역세권 청년주택’입니다.

빛 좋은 개살구? 역세권 청년주택, 논란 이유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뭐냐, 집이 없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서울시와 SH공사, 민간기업이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거예요. 인근 시세보다 30~90% 정도 저렴하게 말이죠. 근데 아무나 신청할 수 있냐? 아니죠. 집도 없어야 하고, 차도 없어야 해요. 나이도 19세부터 39세까지여야 하고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저렴한, 그것도 역세권에 위치한 주택을 공급한다니 당연히 수요가 많았겠죠? 실제로 가장 먼저 지어진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은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하기도 했어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청약 당첨자들이 완전 어이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죠. 기본적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제공되는 가전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세탁기나 냉장고 같은 거요. 

그래서 이러한 가전들을 사비로 구입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원룸이나 오피스텔보다 그다지 싼 편이 아닌 거예요. 그러다 보니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이 줄줄이 계약을 포기했죠. 한두 명 포기한 것도 아니고 무려 절반 이상이 포기했어요.

이후 뭔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느낀 SH공사는 뒤늦게 가전을 빌트인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지를 발표했죠. 이를 기점으로 모든 역세권 청년주택은 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생겼어요. 청년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한 수 접고 들어간 셈이죠.

그런데 이렇게 새로 지은 역세권 청년주택뿐만 아니라 호텔을 개조한 청년주택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숭인동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이 있죠. 

얘는 또 이상한 조건을 청년들에게 내세웠어요. 바로 호텔식 서비스 제공인데요. 누가 호텔 개조한 것 아니랄까봐, 청년들에게 식사와 청소를 제공해주는 대신 돈 내라고 한 거죠. 아니, 돈 없어서 청년주택에 들어간 건데 청소하고 밥줄 테니 돈 내라고 하면 누가 좋다고 하겠어요? 게다가 호텔로 운영될 당시부터 사용되던 가구와 카펫 등을 그대로 가져다 놓고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했어요. 혼자 사는데 침대를 두 개나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죠. 청년들 입장에서는 여기가 내 집인지 누가 영업하던 호텔인지 분간이 안 되는 거죠.

가만히 있을 청년들이 아니죠? 바로 청약 당첨을 포기하고 해당 내용을 공론화시킵니다. 그러니까 또 어떻게 됐겠어요.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차 싶은 거죠. 뒤늦게 호텔식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 및 가전제품을 전부 새것으로 무료 제공해줬어요. 카펫도 버리고 바닥도 새로 공사해줬죠.

논란이 이것만 있다면 다행이겠죠. 또 있습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1인 가구 기준 소득이 월 133만원 이하인 사람만 1순위 청약신청이 가능했거든요. 133만원이면 최저시급으로 한 달 일한 금액보다도 낮아요. 아니 한 달에 133만원 버는 사람이 어떻게 4~50만원 하는 월세에 추가로 지출되는 관리비까지 내며 생활할 수 있는지 생각을 안 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 역시 논란이 되자 서울시는 부랴부랴 소득 기준을 완화해 265만원 이하 소득을 얻는 청년들까지도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변경했죠.

이렇게 역세권 청년주택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현재는 많은 청년들이 저렴한 가격에 입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후 새롭게 지어진 청년주택은 이전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요. 실제로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은 현재(21년 1월 기준) 모든 호실의 입주가 완료된 상태죠. 

진정 청년들을 위한 주택인가?

하지만 아직 역세권 청년주택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들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먼저 공공임대의 비율인데요.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로 나뉘는데요.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30%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되지만, 그 비율이 상당히 적어요. 실제로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약 당시, 공공임대비율이 499세대 중 49세대에 불과했어요. 나머지는 비싼 민간임대로 공급됐고요. 

이게 왜 문제냐면, 민간임대의 경우 인근 오피스텔의 시세와 별로 다를 것이 없거든요.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의 민간임대는 평균 월세보증금이 약 6,243만원이었고, 평균 월세는 57만6,000원이에요. 

현재 충정로 인근 오피스텔의 매물을 확인해본 결과, 전용 40㎡ 이하는 보증금 1000에 60만원 정도가 가장 많았고요. 서울 전체로 보면 평균 보증금은 989만원, 평균 월세는 63만1,000원 정도로 확인됐죠.

결국 역세권 청년주택이 진정으로 청년을 위한 사업인가에 대한 의문성이 제기되는 것이죠. 역세권 청년 주택을 짓게 되면 용도변경, 용적률 완화, 세금공제 등 사업자에게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거든요.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이지만 실제로 청년들이 값싼 가격에 누릴 수 있는 주택은 고작 10%에 불과해요.

따라서 민간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죠. 게다가 용적률이 완화돼 건물은 높게 지어지니,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주민들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으니,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죠. 이건 뭐 SH공사가 피드백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요.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좋은 정책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름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청년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공공임대 물량을 더 확보하거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민간임대의 월세를 좀 더 인하하는 방법으로요. 지금은 청년들보다 민간 사업자를 위한 정책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역세권 청년주택의 수많은 논란을 SH공사가 발 빠르게 피드백 했듯이, 앞으로 청년들을 위한 더 나은 정책들이 마련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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