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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중국에 팔렸다고? 비트코인 열풍에 가상부동산도 나왔다

기자명 김영환
  • 일반
  • 입력 2021.02.17 17:40
  • 수정 2021.02.19 14:07

청와대, 코엑스, 아리팍… 죄다 개인에게 팔렸다

[리얼캐스트=김영환 기자] 청와대가 중국에 팔렸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청와대를 포함한 5만 600㎡의 땅이 지난해 11월 10일. User644531이라는 중국 사람에게 단돈 56.67달러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 땅의 가치는 2021년 2월 3일 현재 4,025달러. 448만원에 달합니다. 거대한 중국 자본의 힘을 느끼게 만드는 거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엑스도 마수를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코엑스는 지난해 11월 22일, 한국의 어느 부호에게 팔렸습니다. 단돈 63.55달러였습니다. 현재 가치는 4,247달러. 우리 돈으로 473만원 정도입니다.

비싼 아파트의 대명사, 아크로리버파크도 누군가 전량 매입에 성공했습니다. 초기 매입가는 코엑스보다 비쌌네요. 총 77.23달러에 팔렸습니다. 현재 가격은 3,635달러. 우리 돈으로 405만원이네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드디어 쌍둥이 지구가 발견 됐나 했습니다. 아니면 하룻밤 새 누가 세계정복을 하고 지구 소유권을 얻었나 했죠. 미친 소리 같겠지만, 저도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지구의 모든 땅이 100㎡당 0.1달러로, 그것도 선착순으로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당연한 반응 아닐까요? 귀는 둘째치고 머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이게 뭐가 됐든 부동산 소식인데 부동산 전문채널 리얼캐스트가 놓쳐선 안되겠죠. 그래서 한번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가상부동산’ 투자 열풍에 대해 다뤄봅니다.

가상부동산 Earth2, 대체 뭐길래


최근 알음알음으로 유행을 타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죠. Earth2 라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제2의 지구를 만든다네요. 지금은 phase 1이라고 해서 새로 만든 지구의 땅을 사고 파는 시스템을 구현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냥 장난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들어가는 돈은 장난이 아닙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면 올해 2월 3일 기준으로 미국 유저들의 자산가치는 총 549만 달러에 달하구요. 국적을 밝히지 않은 투자자가 484만 달러, 이탈리아 239만 달러. 게다가 한국도 107만 달러에 달합니다.

개인투자자 중에 현재 자산가치가 제일 높은 사람은 네덜란드의 EGS5DZ2E72 라는 사람이고, 21만 7천달러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분도 전체 랭킹 7위로, 근 10만 달러 수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가격 상승률도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나라마다 토지가 줄어드는 만큼 초기판매가가 올라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미국은 현재 1타일당 45.89달러고요. 이탈리아는 12.96달러, 한국은 7.96달러 정도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무주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얘기죠.

상위권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어마어마합니다. 지난해 말 주식 상승세는 비교하기도 어려워요. EGS5DZ2E72는 2월 3일 기준으로 14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요, 랭킹 7위의 한국인 유저도 93%의 자산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 이게 뭐길래 사람들이 여기다가 쌩돈을 때려박고 있는 걸까요? 막말로 그 땅을 산다고 농사를 짓거나 하다 못해 무덤을 만들 수도 없을 텐데? 이 의문은 Earth2의 비전을 확인하고서야 어느 정도 해결됐습니다. 우선 Earth2는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게임 플랫폼이었습니다.

의외로 보편화 된 아이디어, 메타버스 내 가상부동산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게임이나 SF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생각보다 익숙한 개념이죠. 명작 영화 「매트릭스」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볼 수 있었던 현실 밖의 또 다른 현실에 대한 상상입니다.

‘아바타’라는 말은 익숙하시죠? 이 ‘아바타’가 바로 메타버스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SF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입니다. 미국의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발표한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이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려 활동합니다. 이 소설 이후로 등장한 게임, 소셜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아바타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VR, AR 기술의 발달로 정말 메타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NVIDIA의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생각보다 어렵진 않죠? 사실 우리가 직접 경험해 온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어른들의 추억으로 남았지만 싸이월드도 초보적인 형태의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고,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와 같은 게임들도 메타버스의 일종입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대표적인 메타버스죠.

메타버스의 발전은 게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의 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심지어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비대면 문화까지 확산하면서 더 빨리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처음 발표된 곳은 FPS 게임 포트나이트였고요, 지난해 10월에는 당시 미 대선 후보자 바이든이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Biden HQ라는 섬을 만들어 선거캠프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최근 유행을 탄 ‘가상부동산’ 자체도 사실 그다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이미 수 년 전에 블록체인 기반으로 비슷한 사업모델들이 등장한 적이 있죠. 디센트럴랜드, 크립토복셀 같은 VR 게임 프로젝트들입니다.

특히 디센트럴랜드는 노른자위 땅으로 분류되는 정중앙 위치의 10㎡ 땅이 2018년 기준 2억원까지 했다고 하죠. 소유자는 이 가상의 부동산에서 전시회나 공연 같은 컨텐츠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부동산을 개발해 개발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비전을 내세운 플랫폼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Earth2에 빠지는 이유


Earth2가 과거의 프로젝트들과 차별화 된 지점은 프로젝트의 사이즈에 있습니다. Earth2는 말 그대로 현실의 지구를 그대로 모사한 제2의 지구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다만 현재는 VR에 국한되지 않은 게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고 하는데, 초기에는 포트나이트처럼 게임으로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려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Earth2에 따르면 현재는 Phase 1 상태로, 가상의 지구 토지의 소유권을 먼저 판매하는 단계입니다. 지구를 10x10m의 단위로 잘라서 0.1달러씩 받고 판매하고 있죠. 소위 노른자위라고 부르는 땅은 빠른 속도로 점령되고 있습니다.

Phase 2부터는 땅에 관련된 자원들이 풀리기 시작하고, 지형을 구현하며 이후에는 각자 땅을 개발하여 수익을 가져가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인 모양입니다. 내 땅에서 전시회나 공연을 열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보상을 얻는 방식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비전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차차 정보를 개방한다고 하네요.

여기까지 확인했을 때 전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사업모델이 있었네요. Earth2의 타일은 1개당 100㎡죠. 지구 표면적이 5억 1천만k㎡ 정도 되니까, 대강 5조 1천억개 정도의 타일이 나옵니다. 이걸 전부 최소 가격인 0.1달러에 팔아도 어스2가 가져가는 순이익만 5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네, 저도 세상에 100억 달러를 내림해서 말할 기회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발상,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저도 어릴 적엔 ‘한국사람 5천만명한테서 100원씩만 받으면 50억원’이라는 망상을 해본 적은 있었는데, 이게 실제로 가능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물론 저도 쉽게 도달한 이런 의심을 투자자들이 못 했을 리는 없죠.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한 현재의 보상과 경쟁 때문으로 보입니다.

Earth2의 토지 소유자는 내가 땅을 산 나라에서 땅을 새로 사는 사람이 늘어날 때 마다 일종의 세금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추천 시스템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추천코드를 이용해서 땅을 사게 되면 5%가 내게 입금되고, 그 사람도 5%를 더 받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모집방식이네요?

게다가 Earth2는 땅마다 등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Class라는 개념인데요.  Class 1부터 Class 4까지 있습니다. 등급이 높은 땅의 소유자는 앞서 말한 ‘세금’도 더 많이 받고, 이후 자원 배치에도 이득이 더 크다고 합니다. 내 땅에 광고를 걸 때도 더 비싼 광고를 받거나 하게 된다고 하네요.

가상부동산 열풍, 부동산 폭등의 그림자일까


이 프로젝트가 된다 안된다는 말은 예언의 영역이니 접어 두겠습니다. 사실 비트코인의 전례가 있다보니 폰지사기, 스캠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긴 합니다. ‘가상화폐는 됐는데 가상부동산이라고 안 될 건 뭐냐!’라는 말을 반박할 근거가 너무 부족하긴 하거든요. 하긴 Earth2가 정말로 엄청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 메타버스 시장의 독점적 지배자로 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다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는 걸 보면, 최근 부동산 폭등과 투자 열풍이 여기까지 왔나 싶긴 합니다. 하긴, 부동산 직접투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사실 100~200만원 정도면 주식 떨어졌다 치고 던져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리츠나 소액펀드 같은 부동산 간접투자가 차라리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만, 투자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죠. 일단 최근까지 들은 바로는, 출금에 그렇게 협조적이지는 않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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