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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뚝'...부동산 하락 본격화하나?

  • 리얼꿀팁
  • 입력 2022.09.13 09:20
  • 수정 2023.03.22 11:36

 

 

역대급 거래 절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는 고작 3,921건에 그쳤습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입니다. 금융위기때도 최소 5천건(’08.Q4/ 5,220건)이 넘었다는 점이나, 3분기 연속 1만건 이하를 기록했던 점이 없다는 걸 고려하면 확실히 지금이 역사의 변곡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래 절벽이 장기화되자 이제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하락 시점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거래량과 집값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경험칙이고, 그럼 거래량이 급감한다면 집값도 급락하는게 상식적일테니까요. 

 

거래량과 함께 오르내리는 집값, 1개 단지에서도?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거래량과 집값에는 확실히 상관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곳곳에서 거래량과 집값은 함께 오르고, 함께 내려가는 경향이 발견됩니다. 서울시 등 지역 단위의 큰 데이터는 물론, 개별 단지 단위로 확인해도 그 경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차트는 국토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전용 84㎡ 타입의 거래량과 가격변동률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파크리오는 총 6,864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헬리오시티보다 규모는 작지만 입주 15년 차로 장기간 데이터가 쌓여있어 선정했습니다.

이 차트에서의 가격변동률은 분기마다 평균 실거래가를 내고, 직전 분기 대비 증감률을 기록한 것인데요. 여기에서 -10% 이상의 낙폭을 기록한 건 3번입니다. 2008년 4분기와 2010년 2분기, 2018년 1분기죠.

이 3개 분기는 공통적으로 직전 분기에 거래량이 아주 위축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8년 3분기에는 전용 84㎡ 매매거래가 2건에 불과합니다. 전용 84㎡만 4,260가구에 달하는 거대 단지에서 3개월간 딱 2채만 매매됐다는 겁니다. 2010년 2분기 직전에도 3분기 동안 거래가 미비했고, 2019년 1분기 직전에도 거래량이 5건에 불과했습니다. 

 

 

 

 

이 차트는 부산 북구 화명동의 화명롯데캐슬카이저 전용 84㎡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단지 역시 5,239가구로 규모가 상당하고, 2012년 입주해 데이터가 쌓여 있습니다. 항상 과수요 상태인 서울이 아닌 곳의 데이터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단지는 급락을 경험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2020년 말에 상승폭이 워낙 컸던 탓인지 2021년 4분기에 20% 가까운 급락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때도 확실히 거래량이 위축돼 있는 것이 보입니다. 2021년 1분기에는 거래가 3건에 불과했고, 1년을 다 합쳐도 18건입니다.

4분기 거래량이 단 1건이고, 전 분기 평균실거래가 대비 18% 빠진 가격으로 거래됐다는 점도 특이점이네요. 거래가 아예 안되는 와중에 초급매로 나온 1개 세대가 거래에 성공한 흔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 2개 차트에서는 반대의 효과도 보입니다. 바로 거래량 상승에 후행하는 집값 상승입니다. 파크리오는 2016년 2분기에 갑자기 거래가 쭉 늘어난 적이 있었죠. 그리고 이듬해에는 10% 이상의 가격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화명롯데캐슬카이저 역시 2019년 4분기에 거래가 갑자기 크게 늘어났고, 1년 뒤에는 18%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위 2개 단지의 사례는 물론 일반화 할 순 없습니다. ‘갑자기 거래가 늘면 1년 뒤에는 집값이 크게 오른다’라고 확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집값과 거래량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정도의 결론이라면 누구든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격이 거래량이 선행’ 추세, 하지만 지역마다 달라

 

 

 

 

 

한국부동산원 산하 부동산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8년 12월에 서울 아파트 시장 데이터를 기초로 진행된 ‘주택 가격과 거래량의 인과관계’ 연구에서는 ‘가격이 거래량에 선행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이 연구도 ‘(서울) 전 지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주택을 투자상품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강남, 서초, 송파, 노원 등 지역에선 가격과 거래량이 상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고, 도봉, 강북, 은평 등 지역에선 가격의 등락에 따라 거래량도 시차를 두고 등락한다고 했습니다.

또 2012년에 발행된 ‘부동산시장의 이례현상들’이라는 논문에서는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이유에 관한 가설들이 실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요. 

 

거래량이 가장 많이 위축된 지역은?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건 오르면 같이 오르고, 내리면 같이 내린다는 얘기죠. 그럼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니까, 지금 거래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이 가장 위험하다는 얘기도 되지 않을까요?

이런 전제를 두고 보면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수도권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거래량 증감률을 표시한 지도를 보면, 인천이 가장 낙폭이 크고 경기와 서울이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노도강과 양천구, 용산구의 낙폭이 눈에 띕니다. 특히 노도강의 경우 거래량이 80% 가까이 줄었습니다. 지난해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수요가 몰렸었죠.

반면 상대적으로 감소율 변화가 낮았던 곳은 강남과 서초, 그리고 종로, 성북, 동작구입니다. 전자는 항상 과수요 상태인 강남이고, 후자는 아파트 자체가 적거나 실수요 비중이 높거나 해서 투자열기가 낮았던 곳이네요.

경기도에서는 동두천의 거래량이 아주 많이 감소했습니다. 86%가 넘습니다. 의왕과 수원, 구리, 군포, 안산이 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광명, 과천, 남양주, 오산, 시흥, 용인, 화성, 양주, 양평도 70%대 감소율을 기록했습니다.

의외로 하남의 거래량 감소폭이 아주 적었습니다. 16% 줄어드는데 그쳤네요. 낙폭이 크다고 비명이 나오고 있는데, 급매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는 걸 보면 그래도 받아주는 수요가 탄탄하다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천, 김포, 여주, 가평이 50% 미만의 감소율을 기록했습니다.

 

거래량으로 집값 추이 예측하기는 위험해

 

모든 통설과 잠언이 그러하듯 맹신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큰 흐름이 이렇다 뿐이지 실제 내가 산 아파트가 똑같은 양상으로 집값이 오르내린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실제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도 집값의 등락이 거래량의 변화에 선행한다고 했으니, 거래량으로 집값 추이를 예단하는 건 무모한 일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거래량의 급감은 상승장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됩니다. 박수도 손바닥 2개가 있어야 칠 수 있죠. 대규모 개발 계획 따위가 발표된 이후 매물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는 건 항상 있는 일입니다. 이때도 거래량이 급감하게 되지만, 이걸 하락의 전조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죠.

집값 결정요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당연히 거래량은 직접적인 결정요인조차 아니며, 일종의 전조와 같습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합니다만, 주택시장에 진입하시려면 오비이락의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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