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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건물주 면접을 보네..? 전·월세러가 갑이 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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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6 09:20
  • 수정 2023.03.22 15:30

세입자들이 집주인 고르는 시대 왔다… 을의 역공

 

최근 전세시장 판도를 보면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느껴집니다. 빌라왕 사건처럼 전세사기 피해가 큰 이슈가 되면서 집주인은 갑, 세입자는 을로 통하던 갑을 관계가 뒤집히고 있어서 입니다. 심지어 집주인의 직업이나 재산 및 재정 상황 등을 확인하고자 면접까지 보는 임차인들도 있어 전세시장이 마치 취업시장을 방불케 하는데요. 임차인이 집주인을 선택하는 웃지 못할 전세시장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직업이 뭐에요~ 어려워진 전세시장 속 집주인도 면접 본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자 전세 매물도 빠지지 않고 쌓이고만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월 현재 서울의 전세 매물은 5만5,408건으로 두 달 전의 5만742건과 비교해 9.2% 증가했습니다. 

전세 거래는 빠르게 실종됐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전세 거래량은 7,845건으로, 같은 해 1월의 1만2,095건과 비교해 35.1% 감소했습니다.

전세 매물 증가에 전셋값 하락세 역시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5주 하락 전환한 이후 줄곧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다가 12월 2주부터는 -1%대로 낙폭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깡통전세, 역전세난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빌라왕 사태처럼 세입자 수백 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가 잦아질 수 있다는 걸 암시하는데요. 물론 아파트는 빌라처럼 보증금 떼일 일이 크진 않지만, 전세 보증금 반환 지연 등의 골치 아픈 문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증금을 지키려는 세입자들은 깐깐하게 집주인을 고를 수밖에 없는데요. 임대인의 재무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거액의 보증금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재산세 납부 영수증이나 회사 재직 증명서, 심지어 범죄이력조회증명서까지 요구하는 사례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코미디 같지만 역전세 상황에선 충분히 있는 일이죠” “전세 물건은 넘쳐나는데 세입자가 없으니 면접까지 보는 듯” “나 집주인인데 면접 준비해야 하나” “저는 회사 재직 증명서하고 국세랑 지방세 완납 증명서 들고 갔어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진 죄… 세입자 눈치 보는 집주인

이에 집주인들도 세입자 눈치 보기에 바쁜 모양새입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귀한 만큼 기존 계약자와 재계약을 선호하지만, 성사되려면 결국 2년 전 계약 때보다 보증금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게 집주인들의 현실인데요. 

운이 좋아 새 임차인을 구한다 해도 그 후가 문제입니다.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 마냥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전셋값 하락폭이 커진 만큼 2년 전 계약한 세입자가 나가길 원한다면 집주인이 족히 2~3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별도로 마련해 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 입니다. 

“전세계약은 이미 끝났고, 최근 집주인이 새 임차인도 구했지만 돈이 없다고 기다리래요. 전세사기가 이슈가 되면서 뉴스로만 볼 땐 몰랐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바로 돌려줄 수 있는지가 전셋집 구할 때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알겠어요”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30대 P씨의 말입니다.

불과 2020년만 하더라도 집주인이 골랐는데… 집주인들 눈치보기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전세 물건이 하도 귀하다 보니 집주인이 면접 심사를 거쳐 세입자를 가려 받았습니다.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라도 나오면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뽑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는데요. 

 

집주인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길거리에 나앉아야 되는 수모를 겪을 수 있을 정도로 세입자들에겐 눈물 겨운 시기였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지금 전세시장과는 천지차이죠.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이래 2년 6개월만에 전세시장이 뒤집힌 것입니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속앓이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고금리에 매물이 금방 소화되지 않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입주물량도 작년보다 늘어날 전망입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은 18만2,521가구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17만4,203가구보다 약 4.8% 증가한 수준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2021년 1월 126.3에서 지난해 11월 68.6으로 약 2분의 1 수준입니다. 공급이 넘친다는 의미이니 결국 세입자 우위 시장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세입자 우위 현상이 짙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결국 기준금리, 입주물량 등이 관건이 될 전세시장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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